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중 한 명인 야스민 아흐마드는 첫사랑의 감정에 눈을 뜨는 소녀의 감수성을 섬세하게 묘사해낸다. 주인공인 오키드는 열 살짜리 말괄량이 소녀이고 근처에 사는 열두 살 소년 묵신은 함께 연을 날리고 나무에 오르기 좋아하는 친구 사이. 그러나 오키드와 묵신의 천진한 우정은 그들 사이에 로맨틱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남녀 사이의 우정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인 것처럼 묘사되곤 하지만, 그 과정에는 불안과 갈등이 포진해 있기 마련이고, 열 살 소녀에게 그 번민은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감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완전히 낯설고 모든 것이 서툴기만 한 시절, 고백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첫사랑’으로 명명되기도 전에 삶을 스쳐 지나가는 설렘에 대한 섬세하고 밀도 있는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옥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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