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자는 중년의 평범한 트럭 운전수다. 그의 생활은 고단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고 있다. 하지만 불운은 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법. 그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트럭이 고장 나면서 리자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다. 문제는 그가 아는 주변 사람들의 신세가 그보다 나을 게 없다는 데서 더욱 심각해진다. 항상 TV를 보며 기약 없이 아들을 기다리는 노인, 공장에 취직하길 고대하는 쿠르드족 젊은이, 배가 미국으로 향하기만을 갈망하는 동성애자 선원, 며느리와 함께 이탈리아 불법 체류자인 아들에게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노인 등도 딱하긴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감독 타이푼 피르셀리모글루는 이들이 모여 있는 남루한 호텔을 주요 무대 삼아, 그래도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끝내 놓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련한 사연들을 담담하고 건조하게 묘사한다. 심도 깊은 화면, 멀찍이서 무심히 바라보는 롱 쇼트, 폐쇄감과 단절감을 강화하는 이중프레임, 주요 캐릭터들의 피폐한 외관과 느릿느릿한 제스처 등이 어우러진 미장센은, 결코 안면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절박한 삶과 깊은 슬픔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체화시킨다. 과연 그들에게 탈출구는 있는 것일까. (김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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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타이푼 피르셀리모글루는 이들이 모여 있는 남루한 호텔을 주요 무대 삼아, 그래도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끝내 놓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련한 사연들을 담담하고 건조하게 묘사한다. 심도 깊은 화면, 멀찍이서 무심히 바라보는 롱 쇼트, 폐쇄감과 단절감을 강화하는 이중프레임, 주요 캐릭터들의 피폐한 외관과 느릿느릿한 제스처 등이 어우러진 미장센은, 결코 안면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절박한 삶과 깊은 슬픔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체화시킨다. 과연 그들에게 탈출구는 있는 것일까. (김선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