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오나(피오나 고든)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일하고 있는데, 하루는 목도리가 문에 끼어 냉동실에 갇히는 사고를 겪는다. 나가려고 발버둥 치며 애를 썼지만 결국 다른 직원들이 발견했을 때는 종이박스 안에서 얼어있는 상태였다. 겨우 몸을 녹인 피오나는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집에 있던 남편 줄리안(도미니크 아벨)은 아내의 그러한 사정도 모르는 채 두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피오나는 침대에서 곯아떨어진다. 이후 피오나는 연안 마을에서 긴 머리를 한 어부 렌(필리페 마츠)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함께 빙산에 가게 되는데, 거기서 피오나는 ‘여기서 살아야 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남편은 그런 피오나를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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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그>는 가족 구성원들의 일탈을 그린 블랙 코미디다. 마치 웨스 앤더슨 감독의 <로열 테넌바움>(2001)을 보는 것 같은 건조한 코미디다. 인물들은 아무도 웃고 있지 않지만 그들의 행동 그 자체가 자연스레 웃음을 짓게 만든다. 아무 이유없이 목도리가 문에 끼어 냉동고에 갇히는 피오나나, 별다른 대화 없이 딱딱한 정물화처럼 식사를 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이들의 모습이 등장할 때부터 어떤 식의 코미디가 시작될지는 익히 짐작 가능하다. 여기서 아이스버그(빙산)는 마치 그들의 이상향을 그리고 있는 것 같은 매개체다. 거기에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 없다. 그냥 여기 있고 싶다고 순간적으로 느낄 만큼 그 이미지는 획일적인 일상을 뒤흔드는 기적이다. 그래서 영화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도 살면서 모든 것을 송두리째 뺏길 만큼 압도적인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감상 포인트
<아이스버그>는 낯선 벨기에로부터 온 영화다. 영화 속 배경은 물론 마을의 풍경과 정서까지 기존의 ‘유럽영화’라 뭉뚱그려온 것과도 사뭇 다르다. 비교해볼 만한 영화는 국내에서도 개봉한 적 있는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 영국 합작의 다구르 카리 감독의 <노이 알비노이>(2003)다. 그 영화처럼 <아이스버그>도 엉뚱한 유머와 한편으로 냉소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캐릭터의 결합으로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다소 가벼워 보이는 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는 묘한 철학적 세계가 있다. 벨기에 코미디 영화라는 낯설음 그 이상으로 ‘발견’의 기쁨을 안겨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