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빠는 변태들>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고문 행위로 가득한 영화다. 인간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는 잔혹한 행위들을 이 영화는 버라이어티하게 펼쳐놓는다. 타인의 고통이 곧 나의 쾌락이 되는 관객 모두를 위한 서비스라는 식이다. 영화에 사용된 특수효과와 분장은 저예산영화답게 졸렬한 수준에 머물지만, 고문 방법은 기상천외하다. 늘 자극을 추구하는 트로마의 영화답게 고문 대상자는 여성이 위주이고, 일단 홀딱 벗기고 시작한다. 사지 절단은 기본이다. 팔, 다리, 머리를 깨끗하게 잘라내고 아주 국물이 될 정도로 으깨버리는 것은 평범한 고문에 해당한다. 유두에 전기 고문을 가하거나 눈알을 뽑아내기도 한다. 압권은 드릴로 머리에 구멍을 낸 뒤 빨대를 꽂아 뇌수를 쪽쪽 빨아먹는 장면으로, 이걸 보고 있으면 할 말을 잃는다.
<피를 빠는 변태들>은 고문 행위를 보는 것 외에는 아무런 볼거리도 의미도 없는 영화다. 영화가 이 지경이다 보니 엔딩이 가까워 올 때면 제작사에 대한 분노가 치미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나 <피를 빠는 변태들>은 고문 이외에 다른 어떤 부분에도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이고 순수한 형태의 고어영화가 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관객은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버리겠지만, 한때 공포영화 장르의 산업적인 측면에서 크게 기여를 했던 것이 이런 노골적인 고어영화였다는 사실은 그만큼의 수요가 있음을 증명한다.
<피를 빠는 변태들>은 그런 관객을 위해서 고문에 집중하기 때문에 요즘 쏟아지는 고문영화들에 비하면 차라리 정직해 보인다. 어차피 사람 잡아다가 고문하는 처지에 괜한 의미 부여도 하지 않고, 또 겉멋 들린 편집으로 예찬하지도 않는다. <피를 빠는 변태들>은 여전히 불쾌한 영화이지만, 최근 고문영화들과 비교하면 어떤 부분에서는 이 영화가 월등히 나아 보인다.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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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빠는 변태들>은 고문 행위를 보는 것 외에는 아무런 볼거리도 의미도 없는 영화다. 영화가 이 지경이다 보니 엔딩이 가까워 올 때면 제작사에 대한 분노가 치미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나 <피를 빠는 변태들>은 고문 이외에 다른 어떤 부분에도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이고 순수한 형태의 고어영화가 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관객은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려버리겠지만, 한때 공포영화 장르의 산업적인 측면에서 크게 기여를 했던 것이 이런 노골적인 고어영화였다는 사실은 그만큼의 수요가 있음을 증명한다.
<피를 빠는 변태들>은 그런 관객을 위해서 고문에 집중하기 때문에 요즘 쏟아지는 고문영화들에 비하면 차라리 정직해 보인다. 어차피 사람 잡아다가 고문하는 처지에 괜한 의미 부여도 하지 않고, 또 겉멋 들린 편집으로 예찬하지도 않는다. <피를 빠는 변태들>은 여전히 불쾌한 영화이지만, 최근 고문영화들과 비교하면 어떤 부분에서는 이 영화가 월등히 나아 보인다.
김종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