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 1984년 상파울로국제영화제 비평가상 수상
스페인 북부 도시에 사는 소녀 에스트레야는 어느 날 아버지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 그 여자의 정체에 대해 한 마디도 해주지 않지만, 에스트레야는 막연히 그 여자가 남쪽에 있을 거라 생각하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남쪽에 매혹을 느낀다.
<벌집의 정령> 이후 10년 만에 만든 빅토르 에리세의 두 번째 영화로,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삶의 고통을 전달해주는 아름다운 작품. 자연광을 이용한 부드러운 화면은 베르메르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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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부 도시에 사는 소녀 에스트레야는 어느 날 아버지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아버지는 그 여자의 정체에 대해 한 마디도 해주지 않지만, 에스트레야는 막연히 그 여자가 남쪽에 있을 거라 생각하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남쪽에 매혹을 느낀다.
<벌집의 정령> 이후 10년 만에 만든 빅토르 에리세의 두 번째 영화로,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삶의 고통을 전달해주는 아름다운 작품. 자연광을 이용한 부드러운 화면은 베르메르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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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리뷰 (3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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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twob2010-01-14 17:42:576너무 심심하다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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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ystal90292010-01-14 17:31:026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이야기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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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years2007-03-09 11:28:4710*_*;; - 소녀는 아버지를 향해 세 번째 뛰어가고 역사를 만나다 (18/1001+28)more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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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자는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빅토르 에리세가 연출한 ‘남쪽’을 봤습니다.
첫 장면은 인상에 강하게 남습니다. 우측 창에 푸른 새벽빛이 비추는 가운데 빛이 서서히 많아지며 침대에 누워 있는 소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주로 자연광을 썼다는, 가끔 연극적인 조명을 쓴 이 작품의 화면에는 어슴푸레한 새벽의 기운이 스며 있어 신비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전작 ‘벌집의 정령’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새벽의 기운은 주인공 소녀를 감싸며 삶의 한 기운을 신비롭게 담아냅니다.
이 작품은 소녀 에스뜨레야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고, 내레이션의 주 대상은 소녀의 아버지입니다. 내전을 겪은 스페인에서 아버지를 역사의 은유로 보는 것은 당연하겠죠. 소녀의 아버지는 프랑코 편을 든 할아버지에 반항하며 공화국 편에 섰고, 그 일로 감옥살이도 합니다. 이러한 아버지를 소녀는 사랑합니다. 이 작품에서 소녀는 아버지에게 두 번 뛰어갑니다. 퇴근해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온 아버지를 향해 뛰어가 오토바이 뒤에 올라탑니다. 또 한 번은 원행자가 이 작품에서 가장 사랑하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소녀는 성당에서 성체식을 하게 됩니다. 내전 당시 부패한 스페인 카톨릭은 프랑코 편에 섰습니다. 소녀는 아버지가 성당에서 하는 성체식에 오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아버지는 성당에 나가지 않았으니까요. 성체식 도중 아버지가 성당 뒤편에 와 있다는 걸 알고서 소녀는 아버지를 향해 뛰어갑니다. 웨딩드레스 같은 하얀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아버지의 뺨에 키스한 뒤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지루하면 밖에 나가 있으라고, 가지만 말라고 말입니다. 너무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이어 아버지와 딸이 추는 왈츠 장면이 펼쳐집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소녀의 아버지에게 내전의 상처는 할아버지와의 절연뿐만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내전 와중에 사랑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못 이룬 사랑이 배우가 돼 출연한 영화가 상영하자 아버지는 극장에 가고, 괴로워합니다. 이 과정을 소녀는 목격하게 되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심리로도 윤리로도 당연하겠죠. 이후로 아버지는 자주 밤에 가출하고 결국 집을 떠납니다.
영화의 제목 ‘남쪽’은 아버지가 떠나온 곳입니다. 남쪽에서 아버지는 프랑코 군에 저항했고, 사랑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소녀는 남쪽으로 떠납니다. 소녀는 남쪽에서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그 아버지는 역사입니다. 소녀는 세 번째로 아버지를 향해 뛰어갔고, 그곳에서 역사를 만날 겁니다. 역사는 소녀의 삶을 신비롭게 감싸 안습니다. 그 풍경이 무척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