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한 절망적 사랑 이야기
2차대전 전까지 프랑스 영화사에서 시적 리얼리즘이 중요한 경향으로 두드러지는 데 촉매 같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가 <안개 낀 부두>이다. 영화는 다른 세상을 향한 통로가 될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세상의 끝일 수밖에 없는 항구 도시를 배경으로 탈영병 장과 후견인에게 고통받는 어린 넬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끝내 실패로 끝날 사랑 이야기를 어두우면서 서정적인 톤으로 들려준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장 폴 사르트르는 “전체 영화를 감싸는 절망의 안개”에 감탄했지만 똑같은 이유로, 즉 그 주제가 비도덕적이고 분위기는 패배주의적이라는 점 때문에 다른 많은 이들은 이 영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개 낀 부두>를 두고 누군가는 파시스트적인 영화라고 했고 심지어는 프랑스의 패배에 공헌한 영화라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어쩌면 그 같은 격한 반응이야말로 영화의 퇴폐적이고 부정적인 측면의 설득력과 매력에 대한 방증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