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중반, 인도 봄베이에서는 힌두교도와 회교도가 충돌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그것을 뮤지컬로 만든다면 어떨까. [봄베이]는 바로 이 끔찍한 종교갈등을 소재로 만든 흥겹고도 슬픈 뮤지컬이다. [쉰들러 리스트]와 같은 유형의 영화지만 전혀 다른 질감과 정서로 재현된 비극적 뮤지컬이다. 발리우드 영화의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하게 해주는 이 영화는 즐거움에 봉사한다는 대중영화의 명제를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위선적이지 않은 각성을 심어놓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다. 감독 마이 라트남은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된 전쟁 장면에 노래를 끌어들이는 식의 대담한 취향을 연출한다. 대단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싸우기를 멈추라고 웅변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밀접하게 다가가 어떤 연민을 끌어낸다. 그때까지 이 영화는 종교가 다른 남녀 주인공이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정경을 묘사한다. 힌두교 남자와 회교도 여자가 사랑에 빠지지만 그들은 각자의 가족들로부터 심한 반발을 산다. 그들은 봄베이로 가서 결혼하고 모든 것은 잘 돼 가는 듯이 보인다. 그들 사이에 쌍둥이가 태어나자 그 아이들을 힌두교도로 키울 거냐, 회교도로 키울 것이냐를 두고 양가에서 잠시 소동이 일어나는 것을 빼면 말이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봄베이에서 폭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가족 관계에서 그럭저럭 봉합됐던 종교갈등은 현실세계에선 통하지 않는다. 폭동은 이들 가족을 더 큰 곤경에 몰아넣는다. 영화 속의 한 장면에서 누군가의 입을 통해 “종교는 신으로 가는 길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의 말을 들은 아이가 묻는다. “근데 왜 이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죽이지요?” 이 영화는 그에 관해 명시적인 답을 내놓지 않는다. 대신, 대다수 힌두어 영화의 관습인 뮤지컬 영화의 형식을 빌려 매우 참혹한 현실의 갈등에 정면으로 부딪친다. 이런 진지함이 뮤지컬 영화의 흥에 실려 전달되는데도 별로 어색하지 않게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형태로 창조된 것이 <봄베이>의 저력이다. (부산국제영화제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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