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의 <홍번구>(Rumble in the Bronx)를 즐겨보던 아이는 자라서 경찰대 신입생이 된다. 터무니없이 비장한 음악을 배경으로 하는 거리의 결투신이 잇따라 경찰대 불합격 통지서를 받았던 주인공의 악몽임이 밝혀지는 순간, <럼블 인 더 브롱스>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영화가 닮고자 하는 것은, 실수를 일삼는 평범한 액션 영웅의 대명사 성룡. 사소한 불의도 넘기지 못하는 주인공은 한밤의 귀갓길에서 아리랑치기를 일삼는 고등학생을 파출소에 넘긴다. 그러나 모범생의 완벽한 알리바이를 지닌 얄미운 고교생 때문에 우리의 주인공은 되레 “아무리 경찰이어도 무고한 시민을 의심해선 안 된다”는 충고를 듣고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다음날 그는 똑같은 골목에서 바로 그 고교생들과 마주친다. 별수없이 두들겨맞고 버려지지만, 낑낑거리며 일어선 뒤 아무렇지도 않게 제 갈 길을 가는 주인공의 뒷모습은 그저 정겹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NG컷을 보여주는 것까지, 성룡 영화의 형식과 정서를 따라한 이관후(김관후??) 감독은 주연을 겸했다. 그에게선 대작을 만들겠다거나 멋지게 보이겠다는 일말의 사심도 없어 보인다.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찍고, 이를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완성한 이 영화는 한없이 유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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