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종류에 달하는 암덩어리를 몸에 달고서 “드디어 3관왕”이라고 말하는 여자는, 진통제보다 효과적인 마우스피스를 입에 물고 고통 속에서 되묻는다. “이런 것도 삶일까?” 아무리 봐도 그녀는 죽어 마땅하고, 그래도 힘내라는 말은 무책임하게 여겨진다. 동맥을 끊고, 목을 매고, 수면제를 먹고, 찻길로 뛰어들고,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모든 자살기도가 옆집 남자에 의해 매번 좌절되니 그야말로 죽을 노릇.
류훈 감독은 친구의 죽음을 막으려 애쓰면서도 죽음을 원하게 되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단편 <죽어라지마>를 만든 바 있다. 부조리 모노드라마를 천연덕스럽게 소화한 배우는 <살인의 추억> <연애의 목적> 등에서 인상적인 조연이었고, <흡연모녀>를 비롯한 다수의 단편으로 익숙한 서영화.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과 나직하고 공허한 목소리가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