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마사키는 굳건한 권력에의 저항을 주제로 영화를 만든 이였다. 그는 자신의 첫 시대극이 되는 <할복>을 만들면서도 그런 관심사를 버리지 않았다. 이번에 억압적인 권력과 적대하는 주인공은 로닌(주군이 없는 사무라이) 츠쿠오이다. 1630년의 어느 날, 웅장한 사무라이 가문에 들어선 그는 더이상의 비참함을 견딜 수 없어 그곳에서 할복 자살을 하겠다고 주장한다. 이어서 영화는 플래시백을 통해 실은 복수의 결의를 하고 온 그가 어떻게 해서 그곳까지 왔는가를 알려준다. 시스템이 부과한 명예라는 것의 공허함과 그에 따른 시스템의 잔악한 억압을 이야기하는 <할복>은 그 주제의식의 진중함만이 딱딱하게 다가오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여러 상징들, 공간, 행위 등을 세심하게 조율해서 보는 이로부터 여러 색깔의 숨차오름을 경험하게 한다. 아마도 그래서 칸영화제에서 수상했을(심사위원 특별상) 이 영화는 고바야시라는 이름을 서구에 알린 첫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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