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남아있는 무르나우의 작품 중 가장 초기의 영화. 네 남녀를 둘러싼 사랑의 곤경을 그린 작품으로 덴마크의 작가 하리에트 블로흐의 시나리오 <정복자>를 카를 마이어가 시적으로 각색했다. 명망 있는 의사가 아름다운 젊은 무희의 유혹에 빠져 아내를 버리고 떠난다. 두 사람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지만, 이들의 사랑은 비밀스러워 보이는 눈먼 화가의 등장으로 위태로워진다. 무희는 의사에게 화가의 눈을 고쳐달라고 부탁하고, 이로 인해 네 사람의 뒤얽힌 감정은 더욱 복잡해져 간다. 두려움을 환기하는 회화적인 효과, 인간의 신체를 고통의 지형도처럼 보여주는 연기와 카메라 스타일, 자연의 이미지와 풍경들을 눈부시게 담아낸 촬영, 꿈과 같은 제스처들, 상징주의 회화의 기묘한 세계를 연상시키는 분위기 등 무르나우를 유명하게 만든 시각적 스타일과 분위기가 이미 완성된 형태로 드러나 있는 무르나우 최초의 걸작.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의 욕망과 소외의 이야기는 후기 걸작 <선라이즈>에서도 볼 수 있으며,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의 주인공 콘라트 바이트가 맹인 화가로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