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한 관금붕이 올해 내놓은 동성애영화. 게이 사우나의 충격적인 정사를 보여주는 첫장면부터 과감한 성묘사로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화제에 올랐다. 1997년 홍콩, 똑같은 외모를 가진 두 여성, 아문과 로사는 같은 날 같은 대만행 비행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로사는 여권을 잃어버려 집으로 돌아가고 아문이 탄 비행기는 추락하고 만다. 아문을 잃고 방황하던 남편 웨이에게 아문의 동료인 동이 다가온다. 동성애자인 동은 웨이의 아픔을 만져준다. 플래시백을 수시로 구사하는 화면은 온통 건조한 섹스에 탐닉하는 도시남녀, 삶의 의욕을 잃은 등장인물로 가득하다. 영국의 영화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아문의 게이 친구로 출연한다.
<붉은 장미 흰 장미> 이후 다큐멘터리에 빠져있던 관금붕이 오랜만에 내놓은 <쾌락과 타락>은 커밍아웃한 이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작품. "솔직한 소재를 영화화하고 싶었고, 나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었다”는 것이 관금붕이 밝히는 연출의 변. 그는 이 작품을 통해 감독 자신의 발전을 느꼈다고 말한다. 이제 거리를 두고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는 법을 배웠다는 것. <쾌락과 타락>은 97년 홍콩 반환을 배경으로 상실감에 젖어 있는, 그리고 불안해진 정서로 사랑에 부대끼는 남녀의 모습을 담았다. 관금붕은 “너무 점잔을 빼는 중국권영화에도 커밍아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기존의 홍콩영화가 보여주지 못했던 과감한 성애장면들을 시도했다.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제작사 골든 하베스트는 이 영화의 영문 제목을 <홀드 유 타이트>로 달았지만, 각종 게이 레즈비언 영화제에서 초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올 베를린 영화제에서 알프레드 바우어상과 게이 레즈비언 영화에 주는 테디베어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흡사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연상시킨다. 1997년 홍콩에 똑같은 외모를 가진 두 여성, 아문과 로사가 살고 있다. 둘은 같은 날 같은 대만행 비행기를 기다리지만 로사는 여권을 잃어버려 집으로 돌아가고 아문이 탄 비행기는 그만 추락하고 만다. 신혼에 부인을 잃고 방황하던 펑와이에게 아문과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부동산 중개인 동이 다가온다. 동성애자인 동은 마치 아버지 혹은 맏형처럼 펑와이의 아픔을 어루만져 준다. 아문의 죽음을 모른 채 펑와이를 미행하고 있는 또 한명의 남자 지에가 있다. 아문과 불륜 관계에 빠졌었지만, 펑와이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등, 그의 성적 정체성은 상당히 모호하게 설정돼 있다. 또 다른 여인 로사는 유능한 사업가로 남편과 헤어지고 대만으로 건너와 의상실을 연다. 이 두 여인의 추억을 잇는 다리는 다름 아닌 지에. 그는 한때 그 두 여인의 연인이었던 것이다.
과거와 현지를 넘나드는 플래시백을 수시로 구사한 화면은 온통 건조한 섹스에 탐닉하는 도시남녀, 삶의 의욕을 잃은 듯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으로 가득차 있다. 왕정 영화에 단골 출연하던 섹시스타 칭미 야우가 복잡한 심리를 지닌 1인2역을 맡았다. 평론가 토니 레인즈가 아문의 게이 친구로 카메오 등장한다. [PIFF 1998.9.29 제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