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유태계 미국인 조나단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기 할아버지의 생명을 구해준 여자를 찾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우크라이나로 갔던 할아버지는 나치들의 공격으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이상한 영어를 쓰는 한 우크라이나 여인의 도움으로 살아날 수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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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당시 자행된 유대인 대학살을, 이제 와서 영화를 통해 상기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게 느껴진다. 오늘날의 정치적인 역관계 때문만은 아니다. 명백한 휴머니즘을 앞세울 수밖에 없는 소재는, 발랄하고 도전적이어야 할 데뷔감독이 관심두기에는 영화적으로 위험해 보인다. 그러나 <맨츄리안 켄디데이트> <스크림> 등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비춘 배우 출신 리브 슈라이버 감독은 현명하게 이런 우려를 극복한다. 영화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간직한 사진 속 주인공을 찾아 미국에서 러시아로 건너간 유대인 청년 조나단(엘리야 우드), 그는 여행길을 함께하는 낙천적인 러시아 청년과 그의 괴팍한 할아버지의 여정을 뒤쫓는다. 냉전시대엔 상상도 못할 여행길. 자본주의를 몸으로 받아들인 러시아의 시골길 곳곳에서 맞닥뜨리는 이들의 문화적 간극과 이에 따른 사고방식의 차이는 계속해서 웃음을 유발한다. 그리고 관객이 얻게 되는 것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먼저 고민해야 하는 오늘날 러시아의 현실, 그리고 서로 다른 민족이 영향을 주고받는 역사의 진리다. 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흙이든, 콘돔이든, 영화표든, 병뚜껑이든 닥치는 대로 수집하면서, 기억을 놓치지 않으려는 조나단의 뿌리찾기 여행은, 그렇게 또 하나의 역사로 승화된다. 대중적인 유머 감각과 깊이있는 통찰이 가능하다는, 데뷔감독답지 않은 자신감 덕분이다.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