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의 결혼식을 계기로 나이 서른살의 동창생 넷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2년 만에 모여 술자리를 벌인다. ‘그때 그 시절’ 이야기를 하며 밤새 술을 마시다 여느 술자리에서처럼 생활에 대한 불평 불만을 늘어놓게 되고 말다툼을 벌인다. 12년 세월의 간극을 동창이라는 이름으로 넘으리라던 이들의 묵시적 기대는 사소한 다툼 끝에 서로의 거리를 확인시켜 주고 현실의 고단한 일상과 피폐함이 아련한 추억까지 상처내는 씁쓸한 동창회가 되고 만다. 현실과 이상 모두에서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30대 남자들의 혼란과 갈등에 대한 탐구가 돋보이는 영화. 동창들의 결혼, 가정, 사랑과 섹스 등 일상과 가치관에 대한 공방이 재미있다. 배우 송강호의 모습을 보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최진호 감독은 지난해 <정사>의 조감독에 이르기까지 충무로에서 이미 6편에 연출부·조감독으로 잔뼈가 굵은 감독이다. 97년에 만든 작품으로 올해 클레르몽-페랑영화제 본선에 나갔다. [씨네21 212호, 이주의 개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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