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을 돌아온 사랑
"국민배우" 안성기씨가 96년 [박봉곤 가출사건]을 끝내고 폴란드로 날아가 그림 같은 태껸 솜씨를 선보이는 태권도 사범 "김"으로 변신해 돌아왔다.자유를 찾아 가족을 버리고 유럽을 떠도는 김은 낯선 곳에서 만난 이방인들, 자신의 젊은 날을 떠오르게 하는 미하우나 사랑을 느끼는 욜라와 교감하면서 천천히 마음을 열고 하나뿐인 피붙이 딸을 만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홀로"라는 인간의 조건을 잠시라도 뛰어넘을 수 있는 건 사람들 사이의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정이라는 걸 영화는 자연과 도시를 잇는 침착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폴란드 우츠 영화학교에서 유학한 문승욱 감독(30)의 졸업작품으로, 한국의 기획시대와 폴란드의 MS필름이 7억원씩 합작해 만들었다. 해외배급때 제목은 '태권도'.
- 제작 노트
-
폴란드 유학파 문승욱 감독의 첫 작품. 한국과 폴란드 최초의 합작영화로 기대를 모았다. 태권도를 알레고리로 삼아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다뤘다. 상투적인 드라마의 틀을 깨고 군더더기 없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감독의 재능은 적절히 삽입한 다큐멘터리적 화법, 생생한 음악, 음향효과와 어울린다. 폴란드 베테랑 촬영감독 안제이 야로셰비츠가 담아낸 화면들은 호흡이 진중한 동유럽 영화를 보는 듯 신선하다. 안성기 주연more
유럽각지를 방랑하다 바르샤바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불혹의 태권도 사범 김. 그에게 "가족"은 항상 빈자리로 남아 있다. 김의 외롭고 단조로운 일상으로 각각 들어온 두 젊은이, 카스테레오 좀도둑 미하우와 단골 카페의 여종업원 욜라와의 만남은 김의 감회를 새롭게 하며, 사랑의 감정과 함께 지난날을 반추하게 한다. 이방인들은 태권도를 통해 대화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잃어버린 "가족"의 울타리로 다가가려 하지만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여전히 "떠남"의 정서. 상투적인 드라마의 틀을 깨고 군더더기들을 배제한 감독의 절제할 줄 아는(?) 재능은 센티멘털한 화면과도 잘 어울리며, 적절히 삽입한 다큐멘터리적 화법 또한 새로움을 준다. 다만, 태권도를 신비화하는 부분에 가서는 왠지 어색했던 것이 사실. 폴란드 현지촬영은 기술적인 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보인 듯, 생생한 음악과 음향효과가 두드러지고 폴란드의 베테랑 촬영감독 안제이 야로쉐비츠가 담아낸 화면들은 호흡이 진중한 동유럽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신선함을 주었지만 [타이타닉]에 넋을 잃은 한국의 관객들 역시 이 영화에 대해서는 철저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나 보다.
폴란드에서 만든 낯선 이방인의 영화. 폴란드에 체류하면서 태권 도장을 운영하는 김은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을 시작한다. 그리고 서서히 잊고 지내던 딸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전작 다큐멘터리인 [마스터]를 극영화로 꾸민 이 작품은 낯선 자의 초상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