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함께 자란 친구들은 나이가 들어 뿔뿔이 흩어지고, 어느 날 전화를 받고 모두 고향 마을로 돌아온다. 함께 자랐던 친구 스티브의 장례식 때문이다. 그리곤 곧장 수많은 파리들이 그들을 위협한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연상케 하는 제법 그럴싸한 도입부로 시작된 영화는, 장례식이 끝남과 동시에 거의 폭주 수준으로 내달린다. 사람을 죽이는 파리떼에 대해서 특별한 설명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으레 나올 법도 한 매드사이언티스트의 존재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단지 수준 이하의 특수효과로 만들어진 파리떼들이 날아다니고, 공격받은 인간은 끊임없이 비명을 지른다. 여기에 <신체강탈자의 습격>(비디오 출시명 <우주의 침입자>)처럼 공격을 받은 인간은 자신의 의지를 잃어버린 채,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파리의 편에 서서 친구를 위협한다. 뇌가 파리에게 잠식되어 육체가 지배를 당하는 식이다. 후반부는 영락없는 조지 로메로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다. 외딴 집을 배경으로 밖에서 서서히 조여오는 걸어다니는 시체들, 단지 공격 대상을 찾아 허공을 날아다니는 파리만이 새로운 존재일 뿐이다. 종종 벌어지는 액션 시퀀스는 보는 이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성의가 없다. 어처구니없는 결말에 씨도 안 먹힐 썰렁한 개그의 남발은 차라리 고문에 가깝다. 꼴에 반전의 장치까지 마련한 못 말릴 영화 <인페스티드>. 이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영화를 지켜보게 하는 것은, 시체가 된 한 친구가 너덜거리는 자신의 목을 뽑아 던져버리는 식의 돌출 행동 때문이다. 그중 최고는 살인 파리떼들의 박멸에 큰 공을 세우는 에프킬러! 그것을 오우삼 영화의 주윤발이 난사하는 쌍권총처럼 우아하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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