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의 청소부 엠미는 어느 날 비를 피해 아랍인들의 카페에 들어갔다가 모로코인 이주노동자 알리를 알게 된다. 이미 결혼한 자식이 셋이나 있는 늙은 엠미와 20대 중반의 알리는 서로의 외로움을 나누며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그들은 가족과 직장, 이웃 사람들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 히틀러의 단골 음식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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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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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빈더의 초중반기 대표작인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너무나 뒤늦게 한국을 찾아 온 걸작이다. 외국인 노동자 알리와 중년부인 엠마의 기묘한 사랑은 전후 독일의 불안한 징후들과 함께 멜로드라마를 통해 사회의 통념들을 비웃던 파스빈더식 비극이다. 영화 속 주인공 알리는 동성애자로 알려진 파스빈더의 연인이기도 하였다. 파스빈더 또한 영화 속 엠마의 사위로 등장한다. 그 자신이 훌륭한 연극 배우이자 연출가였던 파스빈더는 연극적인 기법과 브레히트의 소외 효과를 적절히 사용하는 특출난 감독이었다. 특히 인물들을 극단으로 몰고가는 상황전개는 파스빈더가 얼마나 천재적이었는가를 새삼 실감케 한다. 후기작인 '13개의 달이 있는 해'에서 보여준 과격함과 극단적인 폭력성이나 '마리아 브라운의 결혼'에서 다룬 여인의 비극에 비해 다소 얌전하기는 하지만, '불안.'은 파스빈더의 대중적인 성향과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비록 짧은 개봉일로 인해 관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기는 했어도 영화광이라면 놓칠 수 없는 영화다.more
파스빈더를 빼놓고 뉴저먼시네마를 논하기란 불가능하지만 그의 영화가 난해한 것도 사실이다. 할리우드 멜로드라마의 거장 더글라스 서크의 [천국이 허락하는 모든 것]을 변주한 이 영화가 그 중 쉽게 이해되는 것은 장르적 특질과 사실적 묘사 덕분이다. 청소부인 중년 여성과 외로운 아랍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사랑과 행복이 얼마나 달성하기 어려운 것인지를 보여준다. 보편적인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파스빈더는 70년대 독일사회의 위선적인 모습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아랍인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로 주위의 따돌림을 받던 중년 여성 에미는 나중에 자신을 멸시했던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한다. 독일사회에 뿌리박은 인종적 편견은 순수한 사랑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견고한 것이라는 얘기.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을 학대하고 죽음을 향해 돌진했던 파스빈더는 평생 독일사회를 증오하며 파시즘의 잔재와 싸웠다. 브레히트와 멜로드라마를 빌려 새로운 독일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82년 36살로 요절하기 전까지 29편의 장편영화와 12편의 TV영화를 감독했다. 그 놀라운 창조력과 비타협적인 자세는 신화가 되기엔 충분했던 것이다.
배우와 스탭
감독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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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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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유르겐 위르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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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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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테아 아이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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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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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현장사진)
페터 가우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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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총지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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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탕고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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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주) 백두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