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거나하게 취한 광고기획자 페트르와 공무원인 도날은 시골길 한복판에서 차 연료가 떨어지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게 된 수의사 렌카를 태워준다. 두 남자는 렌카를 태워주다가 그녀를 강간한다. 의식을 잃어버릴 정도로 심하게 당한 렌카는 정신을 차린 뒤 기억상실증을 가장하여 두 사람을 집으로 유인한다. 이제 렌카의 복수가 시작되는 것이다.
more
- 제작 노트
-
[올가미]는 두 남자에게 강간당한 후, 수의사로서 자신이 지닌 전문적인 능력을 이용하여 복수하는 한 여자에 대한 블랙 코미디이다. 특히 강간의 피해자인 여성이 강간범들을 직접 거세시켜 버린다는 설정은, 가부장제의 간접적, 잠재적 희생자인 세 여성이 한 남성을 충동적으로 살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말린 고리스의 [침묵에 대한 의문]에 버금가는 충격과 통쾌함을 제공한다.more
영화는 먼저 프롤로그 시퀀스를 통해서 남성과 여성 간의 근본적인 차이 그리고 여기에서 비롯되는 소통불가능성과 대립을 묘사함으로써 이후에 전개될 양성의 전쟁을 예고한다. 여기에서 나아가 히틸로바는 남성성 자체와 남성들 내부의 차이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는데, 남성성은 내재된 폭력성과 탐욕스러움으로 정의된다면, 남성들 간의 차이는 단지 더 폭력적인가 덜 폭력적인가, 더 탐욕스러운가 덜 탐욕스러운가에 따라서 나누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간을 현대 사회의 도덕과 권력 문제를 분석하는 출발점으로 삼은 [올가미]는 점차 남성과 여성 간에 존재하는 위계화된 관계에서부터 인간이 지닌 공격적인 자기보존 본능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사회적, 심리적으로 옭아매는 것들이 무엇인가를 때로는 비극적으로, 때로는 희극적으로 매우 명쾌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