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백혈병(급성 임파구성) 판정을 받고 재발을 거듭하는 아들.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아버지의 사랑을 통해 이 시대의 아버지상을 보여주는 부정을 그린 작품.
소아 병동 뒤뜰 벤치에 앉아있는 아빠 정호연 - 지난 2년동안 백혈병을 앓고있는 아들 다움이는 골수 검사를 받고 있다. 엉덩이 뼈에서 골수를 채취하는 그 검사는 극심한 고통과 통증을 수반한다. 어린 아들은 "그만 죽게 해 달라"고 소리치고 그걸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아빠는 병동 밖에 나와 있는 것이다.
다움이에게 문병 온 반 친구들 중 꽃핀을 꽂은 은미도 있다. 은미에게서 책을 선물 받은 다움이는 아빠에게 은미에게 줄 꽃핀을 사다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 일기장을 펴 '내가 좋아하는 것'의 목록에 '은미'라고 쓴다.
호연은 병원 원무과 송계장으로부터 치료비를 재촉 받고 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잡지사 기자인 호연의 후배 여진희는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수업 도중 귀국한 호연의 아내 영주와 재혼한 남편 박화백 취재를 하고, 호연에게 아내가 귀국했다고 알려준다.
다움이의 주치의 민과장은 절망적인 소식을 전한다. 이제는 항암제도 방사선 치료도 한계에 달했으며 골수 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이다. 민과장은 골수 기증자를 구했을 경우 수술비는 삼사천 정도 들것이라고 덧붙인다. 지금의 항암치료비도 밀려있는데 골수 이식비까지 구해야 할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스물 두알의 항암제를 한모금에 한알씩 토하고 쏟으며 아들에게 겨우 먹이고 났을 때, 호연은 송계장으로부터 이틀 이내에 치료비를 완납하지 않으면 모든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통고를 받는다.
호연은 알고 지내던 출판사를 찾아가 그 동안 일해 두었던 번역원고를 내밀어 보지만 그 역시 거절당한다. 대신, 출판사 홍사장은 베스트 셀러를 겨냥한 말랑말랑한 시집을 내보자는 터무니없는 제안을 한다. 호연은 친구인 평론가 이국성에게 자신이 몸처럼 아끼던 시집들을 팔아 치료비 몇 푼을 마련한다. 호연은 전셋집이 나가자 치료비를 갚고 짐을 정리한다. 그는 자신의 소지품과 겨울옷들은 모두 버린다. 아내의 옷들과 다움이의 겨울옷은 차마 버리지 못한다.
한편 호연은 민과장에게서 다움이에게 맞는 골수 공여자가 없다는 최후 통첩을 받는다. 방법은 완치 희망도 없는 항암치료를 목숨이 끝날 때까지 해보자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사정을 모르는 다움이는 엄마에게 마음껏 투정을 부리는 같은 병실 동료 성호를 부러워하면서 아빠에게 퇴원을 조른다. 마지막 관해 치료의 고통을 이겨내게 하려고 호연은 결국 아들에게 퇴원을 약속한다. 다움이는 희망으로 퇴원을 기다리지만 그 퇴원 너머에는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아는 호연은 화장실에 물을 틀어 놓고 소리내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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