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을 전공하는 월터 길먼은 공부를 위해 한적한 곳에 자리잡은 집에 방을 얻는다. 이곳에는 불친절한 집주인과 늘 이상한 주문을 외우며 의식을 행하는 노인, 갓난아기와 둘이서 힘겹게 살아가는 여성 엘우드(원작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영화에서는 제법 큰 비중이다)가 있다. 그리고 다른 차원과의 통로 역할을 하는 길먼의 방 모서리가 존재한다.
사건의 시작은 모서리 아래 구멍에서 나온 조그만 쥐에서 일어난다. 몸통은 평범한 쥐와 똑같지만,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쥐는 길먼에게 경고한다. 곧 마녀가 그를 찾을 것임을. 고든은 지독한 러브크래프트 소설의 애호가로, 평소 이미지로 형상화하기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는 소설의 영상화에 도전 정신을 잃지 않았다. 그로 인해 영화는 고든의 독창적인 이미지로 나타났지만, 이번 영화는 그럴 만한 시각적인 재료가 그리 많지 않다. 길먼이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오가면서, 정신적으로 무너져가는 심리적 상황에 무게를 둔 탓이다. 이는 러브크래프트의 원작과 맥을 같이 하지만, 단순히 심리적 표현으로만 1시간을 끌기에는 무리가 있다. 고든은 원작의 관념적인 부분들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나간다. 마녀의 의식과 사람의 살을 뜯어먹는 쥐, 각색의 결과물인 유혹에 넘어간 길먼과 마녀의 질펀한 정사장면들이다. 원작처럼 원인 불명, 결론의 모호함을 지닌 <마녀의…>는 그 대상이 분명하다. 호러영화의 팬이면서, 동시에 러브크래프트의 세계를 영상으로 보길 꿈꾸는 이들을 위한 고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