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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렘 클리모프 (Elem Klimov)

1933-07-09

참여작품 평점평균

씨네21--

/

네티즌9

기본정보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33-07-09
  • 사망2003-10-26
  • 성별

소개

대표작 <안녕> <컴 앤 씨>

우리에게는 단 한편의 영화 <컴 앤 씨 Idi i smotri>(1985)의 생생한 리얼리즘으로 각인돼 있는 엘렘 클리모프는 옛 소련 당국의 검열과 관료주의와 싸우면서도 자신의 영화적 신념을 꿋꿋이 지켜온 러시아의 감독이다.

모스크바비행학교 졸업 후 엘렘 클리모프는 엔지니어로, 신문기자로 활약하다 31살의 뒤늦은 나이에 국립영화학교를 졸업한다. 그후 두편의 풍자 코미디 <환영 Dobro pozhalovat, ili postoronnim vkhod vospreshchyon> (1964)과 <치과의사의 모험 Pokhozhdyeniya zubnovo vracha>(1965)을 잇따라 발표하는데 당시 소련의 해빙기에 관한 아이러니와 메타포를 함축한 그의 영화는 곧 상영금지된다. 역시 사실과 환상이 뒤섞인 코미디물 <스포츠 스포츠 스포츠 Sport Sport Sport>(1970)는 다큐멘터리와 뉴스릴에서 뽑은 각종 영화필름들이 몽타주돼 있는 작품으로 이러한 영화적 기법은 후에 <컴 앤 씨>에도 영향을 미쳐 히틀러의 잔학상을 역사적으로 고증하는 데 이용된다.

이후 클리모프의 작품세계는 서서히 전환기를 맞기 시작한다. <고뇌 Agony>(1981)는 제정러시아의 황실에 미친 라스푸틴의 해악을 파헤친 서사적인 작품이었으나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소련 당국의 상영금지명령에 따라 1984년에야 개봉할 수 있었다. 1980년 자동차 사고로 죽은 자신의 아내이며 감독이었던 라리사 세피코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 <라리사 Larissa>를 거쳐, 1983년 역시 죽은 아내의 유작을 이어받아 완성시킨 <안녕 Pros-chanie>을 내놓는다. 수력발전으로 인한 시베리아 마을의 홍수와 이와 연관된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를 절박하게 다룬 이 작품은 이반 시시킨의 화폭을 옮겨놓은 듯한 러시아의 풍광 자체가 하나의 배역으로 기능하고, 클리모프는 에덴 동산과도 같았던 한 마을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시적 리얼리즘의 경지에서 그려내고 있다. 이후 발표된 최후의 대작 <컴 앤 씨>는 2차대전 동안 벨로루시에서 벌어진 나치의 만행을 고발한 걸작 전쟁영화로 한 십대 소년의 눈에 비친 배신과 신성모독의 연대기가 환멸을 넘어서서 악몽의 수준으로 치닫는다. 아이러니하게도 검열과 관료주의의 희생자 같았던 클리모프는 1986년 소련영화협회의 새로운 회장으로 당선되면서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달라진 협회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미하일 불가코프의 소설 <매스터 앤드 마가리타 The Master & Margarita>를 영화화하는 데 착수했지만 끝내 결실을 보지 못하고 결국 소설은 유리 카라 감독에 의해 영화화됐다.

20년 동안 7편이라는 비교적 소수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그의 영화 하나하나에는 소련의 역사적 사회적 문제의식과 상업주의나 관료주의와 타협하지 않는 진지한 탐구정신이 빛난다. / 영화감독사전, 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