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 직업감독
- 생년월일1949-01-12
- 성별남
소개
웨인왕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감독으로, 할리우드와 작업하더라도 중국인으로서의 자기 색깔을 지키는 드문 감독이다. 그는 오우삼이나 리안과는 달리 거의 대부분의 영화를 중국계 미국인의 삶을 소재로 찍었으며 그것으로 작가적 개성을 인정받고 있다.
웨인왕은 49년 홍콩에서 태어났으며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예술대학에서 사진, 영화, TV, 회화를 두루 공부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홍콩으로 돌아가서 드라마와 쇼 연출자로 생활했다. 그리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저예산 독립영화 <첸의 실종 Chan in Missing>(1982)으로 데뷔했는데 중국계 미국인 2세가 사라진 동업자 첸을 찾아 나서는 구성으로 된 이 영화는 극영화인데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기록영화 분위기가 강하게 풍긴다. 결말에서도 도대체 첸이 왜 사라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지만 첸의 실종사건을 통해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의 정체성을 되새겨보게 하는 여운이 있었다.
<딤섬 Dim Sum>(1985) 역시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의 얘기. 특히 오즈 야스지로를 연상시키는 텅 빈 구도와 여백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문득 정지시키는 담백한 연출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연출한 <슬램 Slamdance>(1987)은 세련된 기교로 연출된 화면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허술한 소품 스릴러에 지나지 않았다. 왕은 이어서 <뜨거운 차 한잔 Eat a Bowl of Tea>(1989)으로 ‘미국 속의 중국인’이라는 자기 주제의 영역을 되찾고, <인생은 싸고 화장실 휴지는 비싸다 Life is Cheap But Toilet Paper is Expensive>(1990)로 실험적인 그의 연출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올리버 스톤이 제작한, 네 중국인 모녀에 관한 영화 <조이럭 클럽 The Joy Luck Club>(1993)은 관습적인 형식과 두드러진 감상주의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크게 흥행함으로써 웨인왕의 입지를 다져주었다.
<스모크 Smoke>(1994)는 뉴요커들의 일상사를 다루면서 한때 독립영화계의 재능으로 주목받은 웨인왕의 저력을 확인시켜줬다. 대부분의 극영화가 무시하고 지나치는 일상의 자잘한 사건을 얘기의 중심으로 올려놓으면서 제목 그대로 연기처럼 잘 잡히지 않는 인생의 가닥들을 새롭게 묘사한 이 영화는 평단 일각에서 ‘장 르누아르와 오즈 야스지로와 에릭 로메르의 장점을 합쳐놓은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베를린영화제 은곰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웨인왕은 독립영화계에서 성공해 할리우드로 건너갔지만 아직까지는 작품의 기폭이 심한 편이며 특히 <차이니즈 박스 The Chinese Box>(1997)는 중국과 홍콩의 운명을 개인의 사랑이야기로 치환시키려 한 야심에도 불구하고 상투성을 극복하지 못한 태작이었다. 웨인왕은 관습적인 영화와 혁신적인 영화를 오가며 꾸준히 자기의 길을 닦으려 하고 있지만 아직 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다. 웨인왕의 성공과 실패는 서구에서 중국계 미국인 감독이 자신의 정체성을 온전히 지키며 작업하는 데 따르는 하나의 시금석이다. <b>[씨네21 영화감독사전, 1999]</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