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대표작 <춤추는 대뉴욕> <헬로 돌리!>

사랑의 기쁨에 도취하여 억수 같은 비를 맞으며 우산을 휘둘러대는 <사랑은 비를 타고>의 진 켈리의 춤은 그의 활기찬 남성미와 함께 영원히 기억될 하나의 영화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감독으로서뿐만 아니라 40, 50년대 MGM 스튜디오의 황금기 뮤지컬의 영웅이자 안무가, 뛰어난 춤꾼으로서의 진 켈리는 영화산업에서 다른 어떤 감독들보다 다재다능하고 인상적인 성취를 이룩했다.

켈리는 원래 피츠버그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마침 불어닥친 불황으로 인하여 주유소 점원, 땅파기 같은 막일을 전전하며 댄스 교사로도 일했으나 1938년 브로드웨이 뮤지컬 합창단의 일원으로 마침내 1940년 <팔 조이 Pal Joey>에서 주요 배역을 맡아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한다. 그후 여러 브로드웨이 히트작의 안무를 맡은 후 주디 갤런드와 나란히 주연한 <나와 여자친구를 위해 For Me & My Gal>(1942)로 할리우드에서도 쾌조의 스타트를 끊는다. 1945년 <Anchors Aweigh> (1945)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의 물망에 올랐으며 이후 스탠리 도넌과 공동감독한 세편의 뮤지컬 <춤추는 대뉴욕 On the Town> (1949) <사랑은 비를 타고 Singing in the Rain>(1952) <언제나 푸른 하늘 It’s Always Fair Weather>(1955)로 그는 명실공히 1950년대 MGM 뮤지컬의 페르소나가 된다.

이것은 MGM 뮤지컬 장르의 아이콘이 프레드 아스테어에서 진 켈리로 넘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스키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는 노랫소리와 쾌활하고 소박한 성격이 어우러진 그의 연기 스타일은 아스테어가 보여주는 춤에 비해 우아하고 섬세한 맛은 떨어졌으나 남성적이고 힘찬 안무 스타일의 혁신은 그를 1950년대 가장 미국적인 뮤지컬 스타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춤추는 대뉴욕>의 경우 동적인 연출과 켈리의 활기찬 안무 덕택에 뉴욕은 하나의 유토피아처럼 보이고, <사랑은 비를 타고>는 무성시대에서 토키시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할리우드의 혼란을 경쾌한 어조로 풍자한 뮤지컬 사상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1년에 빈센트 미넬리가 <파리의 아메리카인 An American in Paris>에서 조지 거슈윈의 동명의 곡에 맞추어 추는 켈리의 17분간의 클라이맥스 춤은 뮤지컬에서 대중 예술과 엘리트 예술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명장면으로, 음악적으로나 시각적으로 그의 경력에서 하나의 정점을 이루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작품으로 그해 아카데미 특별상을 받았다.

그러나 춤과 노래를 뺀 연기자로서의 진 켈리의 경력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처음으로 단독 감독을 맡은 작품 <무도회의 초대 Invitation to Dance>(1957)는 대사 없는 진솔하고 야심찬 뮤지컬로서 베를린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았으나 흥행면에서나 예술적으로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1960년대 TV의 보급으로 MGM 뮤지컬이 사양길에 접어듦에 따라 그의 연기나 감독 경력도 점차 내리막으로 들어선다. 이후 그는 <신의 법정 Inherit the Wind>(1960) <3인의 특공대 Three the Hard Way>(1974) 등에서 다수의 조연급의 숙달된 연기를 보여주었으나 그의 춤과 안무가 보여준 반짝이는 영감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의 영화사에서의 업적을 기려 1985년 미국 영화협회에서는 평생공로상을, 1994년 클린턴 대통령은 국가유공훈장을 수여했으며, 1996년 2월 뇌출혈 합병증으로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 자택에서 사망했다. / 영화감독사전, 1999